각하께서 왜 저를 보내 셨겠습니까내가
각하께서 왜 저를 보내 셨겠습니까내가 밖에 있는 것이 꺼림직 했겠지전혀 그런 의도가 아닙니다3당 합당 시에 내각제 합의한 것도 일시에 뒤엎은 사람이오 증거가 있는데도 말이야 그 사람 말은 못 믿어저도 정말 답답합니다자리에서 일어난 김윤환이 냉장고를 열고 과일주스 캔 두 개를 꺼내왔다 손톱으로 뚜껑을 따는 것이 서툴다사실 요즘은 저도 각하를 잘 모르겠습니다쇼에는 천재적인 사람이오 아마 나를 귀국시켜서 인기도가 왕창 올라갈 지 모르겠지만 난 병신이 되겠지박태준이 주스 캔을 들어 한 모금 삼켰다내가 돌아가서 뭘 한단 말이오 백수건달이 되어서 바둑이나 두러 다닐까쓴웃음을 지은 박태준이 머리를 저었다사양하겠어 그 사람 크게 베푼 척 생색을 내려는 모양인데 나는 차라리 외국에 있는 것이 덜 비참합니다 여기 있겠소비행기는 태평양 상공을 날고 있었다 창 밖으로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펼쳐있고 아래쪽은 짙은 남색의 바다였다동아일보의 오영준 기자는 창에서 눈을 떼었다 대통령을 따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공식 일정에 따라 움직이므로 편한 것 같이 보이지만 기자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옆자리의 기자는 몇 시간 전부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하품을 하던 오영준은 딱 벌렸던 입을 얼른 닫았다 대통령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밝은색 셔츠 차림의 그는 손에 주스잔을 들고 있었다이곳은 비행기의 끝쪽 부분으로 기자들의 좌석이다 대통령이 의자의 팔걸이에 엉덩이를 걸치고 기대앉았으므로 자연히 기자들이 둘러쌌다고생들이 많아요 여러분대통령이 기자들을 둘러보았다 이미 세 시간 전에 기자들과의 회견을 마친 참이라 가벼운 이야기가 오고갔다 오영준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각하 동아일보 오영준 기잡니다웃음띤 얼굴의 대통령이 그를 보았다어 오기자각하 카메라맨들이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그러자 내용을 알고 있는 기자들이 소리내어 웃었다 대통령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아니 왜각하께선 클린턴 옆에 계실 때 왜 아무 말도 않으십니까 뭐라고 대꾸라도 하셨어야죠다시 기자들이 웃었고 영문을 알게 된 대통령이 따라 웃었다거 포즈를 잡지 않았단 말이지예 각하클린턴이 나더러 미쳤다고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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